왜 하필 블로그였을까, 저도 한참 생각해봤습니다
올해 초만 해도 국내주식 시장 분위기가 꽤 좋았습니다. 계좌를 열어볼 때마다 수익이 조금씩 올라 있었고, 하루가 다르게 숫자가 달라지는 걸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. 특별히 대단한 종목을 산 것도 아닌데, 몇 번의 매수가 잘 맞아떨어지니 괜히 마음이 들뜨기도 했습니다.
그때는 정말 내가 주식을 조금은 알게 된 줄 알았습니다. 뉴스도 더 잘 보이는 것 같고, 종목을 보는 눈도 생긴 것 같고, 예전보다 판단도 차분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. 계좌가 빨갛게 물들어 있을 때는 작은 수익에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.
처음에는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. 그런데 수익이 몇 번 이어지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. ‘이제 감이 좀 오는데?’ 하는 생각도 들었고, 괜히 종목을 더 들여다보게 됐습니다. 계좌를 자주 열어보는 일이 어느새 습관이 됐고, 숫자가 오르는 걸 보는 게 하루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습니다.
돌이켜보면 그때의 기분 좋은 자신감은 시장이 준 선물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. 장이 좋을 때는 많은 사람이 다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. 그런데 그 안에 있을 때는 그걸 잘 모릅니다. 마치 내가 조금 더 나아진 것처럼, 뭔가를 잘하게 된 것처럼 착각하게 됩니다.
하지만 주식장은 늘 같은 방향으로만 가지 않았습니다. 분위기가 바뀌고, 시장이 흔들리고, 보유한 종목들이 내려가기 시작하자 제 마음도 함께 흔들렸습니다. 수익이 날 때는 그렇게 든든해 보이던 계좌가, 손실이 보이기 시작하자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습니다.
그제야 알았습니다. 수익이 났던 시기에 제가 잘했던 것도 있겠지만, 그보다 더 컸던 건 시장 분위기였다는 것을요. 장이 좋을 땐 다들 어느 정도는 자신감이 생깁니다. 문제는 장이 나빠졌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, 어떤 판단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.
주식이 오를 때는 계좌를 자주 보는 일이 즐거웠습니다. 하지만 하락장이 시작되자 계좌를 확인하는 일이 스트레스로 바뀌었습니다. 같은 행동인데도 마음은 완전히 달랐습니다. 결국 계좌를 자주 열어본다는 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, 내 감정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했습니다.
예전에는 계좌 숫자가 오르면 기분이 좋았고, 내려가면 하루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. 그걸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주식이 돈 문제를 넘어 마음의 문제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.
지금 생각해보면 주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익률이 아니라, 흔들릴 때의 내 모습을 아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. 수익이 날 땐 누구나 자신감이 생깁니다. 하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 내가 조급해지는 사람인지, 겁이 나는 사람인지, 무리하게 물타기를 하는 사람인지 그때 비로소 드러납니다.
올해 초 주식 수익이 날 땐 내가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.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, 그 시기에 저는 시장이 좋다는 사실보다 제 기분이 좋아졌다는 사실에 더 취해 있었던 것 같습니다.
수익이 났던 시기를 마냥 부끄럽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. 그 시간 덕분에 제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조금은 보게 됐기 때문입니다. 오를 때 들뜨는 마음도, 떨어질 때 불안해지는 마음도 모두 제 모습이었습니다.
이제는 예전처럼 계좌 숫자에 기분을 다 맡기지 않으려고 합니다. 주식은 제 삶의 한 부분일 뿐, 하루 전체를 흔드는 중심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.
주식 수익이 날 땐 내가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. 하지만 요즘은, 잘 버티는 것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.
오늘도 그렇게, 제 일상을 조금씩 이어가고 있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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